<

생활 속 명상

H > 선해일륜 > 생활 속 명상

제목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08-09-01
첨부파일 조회수 2647


처서도 지나고

아침 저녁 찬 바람도 불고

슬슬 가을 김장거리가 걱정된다.

누구랄 것도 없이 남아있는 스님들 모두

쇠스랑과 호미 등을 하나씩 들고 나섰다.

 

경운기로 한번 갈아 엎은 밭에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삽과 쇠스랑을 이용해 고랑을 만들고

무우씨를 뿌릴 곳에

호미로 홈을 주욱 그어놓고

씨를 적당히 뿌려주면

다음 스님이 고운 흙으로 살짝 다독여준다.

배추밭에는 검은 비닐을 씌워

양 가장자리를 흙으로 단디 덮어둔다.

올해에는 모종을 심자 하며

잘 정돈된 밭에 흐뭇한 미소를 날리며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

지혜는 내가 밭가는 보습(농기구).

나는 몸에서 입에서 마음에서

나날이 악한 업을 제어하나니

그것은 내가 밭에서 김매는 것.

내가 모는 소는 정진이니

감에 돌아섬 없고

행함에 슬퍼함 없이

나를 편안한 경지로 나르도다.

나는 이리 밭 갈고 이리 씨 뿌려

감로의 열매를 거두노라.

다음글 험난한 세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정진 뿐
이전글 이번 여름은...1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