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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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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을미년 동안거 결제 법어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5-11-29
첨부파일 조회수 2988


 

 

 

을미년 동안거 결제 법어


                                                 영축총림 방장 원명당 지종대종사


十年端坐擁心性

寬得深林鳥不驚

昨夜松潭風雨惡

魚生一角鶴三聲

 


십년단좌옹심성 하니

관득심림조불경 이라

작야송담풍우악 이러니

어생일각학삼성 이로다

 

십년동안 오롯하게 마음하나 끼고 앉았더니

넉넉해져 숲속의 새들도 놀라지 않는구나.

지난 밤 송담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는데

고기들은 한쪽 모퉁이에 우글거리고 학은 두세 번 우는구나.

 

  깊어진 수행자의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선사께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지혜를 밝혀서 깨달음의 환희에 젖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겠지만 거기에 안주한다면 참되다 할 수 없습니다.

큰 깨달음은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자비심을 일으키는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불보살님과 역대조사님은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깨달음이었습니다.

無緣大慈무연대자라는 말이 결코 수고로움을 더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무명업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헤매고 있는 중생을 향한 연민심이 바로 보살심입니다.

 

선사께서 말씀하십니다.

오랫동안 숲속에서 마음 하나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잊고 앉아 있다 보니 새들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머리 위에 앉았다가 어깨에도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산 짐승들도 머리로 툭 치고 가기도 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분별심이 있다면 그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에 들었는데 비바람이 몹시도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소나무 위에 잠자는 학들은 괜찮은지, 연못의 고기들은 괜찮은지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선정 속에서도 염려하는 마음이 문득문득 일어납니다.

날이 밝자마자 정에서 일어나 연못가에 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물고기들은 한쪽 모퉁이에 바글바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스님 저희들 이렇게 지난 밤 동안 무사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또 개울건너 소나무위 학들이 두세 번 소리 내 우는데 저희들도 무사 합니다.’ 라고 하는 것처럼 들려 옵니다.

이처럼 미물에게까지 자비심이 일어나는 자기 성찰이어야 합니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자비심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직 철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작은 지혜와 얕은 자비심으로 만족하거나 자신을 속여서도 안 됩니다.

이 집안에서는 부처의 길로 통하는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각자의 대신심과 대분심과 대용맹심에 달려있을 뿐 입니다.

 

오늘 결제는 모든 망상을 내려놓고 용맹하게 그 문으로 들어갔다가 무량중생을 제도하기위해 호방하게 다시 그 문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일념화두의 칼날이 어떤 망상의 사슬에도 무디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法海行一珠


無色亦無相


日用而無盡


長夜常自光

 

 불법의 바다에 굴러다니는 한 개의 구슬이여!


색깔도 없고 모양도 없구나.


날마다 쓰고 또 써도 다함이 없는데


기나긴 밤에는 항상 저절로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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