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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님이 들려주신 천성산 이야기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6-01-23
첨부파일 조회수 3125

 

 

                                                              

 

자광스님 ( 내원사 선원장 스님)

 

 내원사 산은 원래가 잡목이 아니고 소나무였어요.  소나무로 꽉 차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지금 내원사에는 계곡이 있는데 예전에는 계곡이 없었어요.  솔뿌리 사이로 물이 내려 갔었어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계곡도 길도 없어서 물이 가는 길을 우리가 따라서 다녔어요.  그랬는데 사라호 태풍(1959.9.17)때 산 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그 많은 소나무를 다 엎어 버렸어요. 산이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어요.  그래서 그 때 나무를 GMC 산판트럭으로 스물 일곱차를 실어냈어요.

  그리고 한 50년 전에 솔잎혹파리가 와서 그 때 소나무가 다 죽은 거예요.  천성산도 그 때 다 죽었는데 그 뒤에는 전부 잡목으로 꽉 찼어요.

  천성산은 야생화가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오년 전부터 산에 있는 식물들이 하나씩 없어지는데 누가 캐 가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에 따라서 그렇게 없어지는 것 같아요.

  50년도 넘은 얘기지만 그 때는 내원사 수각에서 쌀을 씻으면 노랗게 생기고 꼬리도 복슬복슬한 뭔지 모르는 애들이  한 열마리가 같이 쌀 먹으러 와요.  그래서 수각에서 쌀을 씻다가 주면 먹고 쫄랑쫄랑 가곤 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계곡에 많이 오니까 걔네들이 없어지고 이제 산양이 있어요.

 

  천성산은 숯굴이 수십개가 있었어요. 천성산 주변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산에서 뭐든지 뜯어 먹고, 캐 먹고, 잘라다 먹고, 숯굴을 만들어 숯을 구워 팔기도 했어요.  큰 나무가 이렇게 있으면 여기다 딱 붙여가지고 숯 굴뚝을 만들어요.  밤에는 시커먼 연기가 나오도록 불을 때서 흰 연기가 될 때까지.  흰 연기가 여기 나무를 타고 올라오는 건 우리가 잘 볼 수 없어요. 그러면 우리는 숯굴 가깝게 가거나 아니면 발자국을 봐서 숯굴을 찾아야 해요. 그런데 숯을 구워 가는 게 문제가 아니고 산불이 문제인 거야.

  겨울이면 산불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요. 내가 산불 끄는데 고수여, 산불은 절대 맞불을 붙여야 되고 빗자루가 있어야 돼요. 빗자루 갖고 끄지 않으면 다른 것은 안 돼요.  어디에 산불이 났다 하면 한 달음에 쫓아가죠.

  한번은 화엄벌 넘어서 불이 났는데, 내원사에서 화엄벌 올라가면 미타암 쪽으로 올라가려면 화엄벌을 지나서 이렇게 가게 되거든요.  그때 미타암 쪽의 연기만 보고 우리가 다섯 시간을 ?아 갔는데 산불이 정말 위험해요. 우리가 ?아가는데 불이 바람을 타고 우리를 넘고 가더라구요. 천성산에는 그렇게 숯굴 때문에 산불이 엄청 많이 났습니다.

 

  천성산은 야생란 천지입니다. 겨울에는 산을 어딜 올라가든 난이 있어요.  숲 속에 요렇게 빼죽이 올라오는 것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캐갔어요. 캐다가 팔아서 다 없어지고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수원(水源)이 나무에 있어요. 나무가 없으면 물이 없습니다. 수원이 나무에 있기 때문에 절대로 나무를 보존해야 해요.   예를 들어보면, 양산천이 내원사와 통도사 물이 원류인데 물이 정말 맑고 좋거든요. 그런데 그 밑에 있는 모래를 양산시에서 다 퍼다 팔아요. 그렇게 모래를 다 파면 결과로 물이 다 새서 밑으로 빠져버려요.

 그리고 숲에 있는 나무도 자꾸 없애고 온 천지에 터널 뚫고, 시멘트를 발라 놓으면 결과적으로 물이 말라서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물이 없어지고 생명이 끊어지는 것이지요. 생명의 근원은 물이고, 물의 근원은 숲입니다.

 숲이라는 것은 동물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들에게는 굉장한 자원이 됩니다.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호흡을 해 보면 확실히 다르거든요. 그렇듯이 우리가 숲하고 같이 호흡하는게 굉장히 좋은 겁니다.

 

당부하는 말은 숲에 가서 숲만 보고 즐기면 돼요. 더 이상 말 할 게 없어요. 숲에 가면 숲을 보고 즐기고, 시장에 가서는 물건보고 쇼핑하고 즐기고. 그 자리에 따라서 그 만큼 즐기면 되잖아요. 숲에 가면 숲하고 대화하면서 즐기는 것 보다 더 즐기는 게 없습니다.

 

                          사찰생태연구소의   전통사찰 사찰림 연구 및 조사 보고서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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