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문 및 안거

H > 선해일륜 > 법문 및 안거

제목 일진화 一塵話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4-05-14
첨부파일 조회수 5663


일진화(一塵話)

만약 이낱這箇을 옳다고 하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어 놓음이요, 만약 이낱을 옳지 않다고 하면 머리를 자르고 살려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서 어떻게 발을 붙일 것인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생각하려 해도 생각할 수 없는 곳을 부수니 만리에 구름이 일고 항상 드러난다.” 하니 이것은 한가로운 군소리다.

또 이르기를 “비록 천척이나 되는 소나무가 있으나 또한 석순石筍(종유석鐘乳石으로 인해 생기는 죽순 모양의 돌) 같은 가지도 없으니 석순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또 이르기를 “공겁(空劫)전의 한 병 속의 풍광이요, 위음왕 부처의 눈에 어린 광명이다.”라고 하셨는데 군살 사마귀요, 육손가락 같은 군소리다.

앙산화상이 이르기를 “깨달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벌써 제이두(第二頭)에 떨어졌으니 어쩌랴.”하였는데 이는 반밖에 못 이른 말이다.

수산주가 이르기를 “아는 것은 매우 기특한 일이다. 그러나 모르는 경지라야 너를 긍정하리라.”하였고, 대혜선사가 이르기를 “사오백 갈래 꽃 피는 거리요, 이삼천 군데 거문고 뜯는 풍류일세.”하였으니 여기에 누가 능히 입을 대겠는가. 입을 대겠거든 나에게 그 경지를 보여 봐라.

어떤 사람이 나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는 격이며 몸을 숨기나 오히려 그림자가 나타나는 꼴이 아닌가?” 한다면 곧 이르기를 “네가 어디서 이런 소식을 알았는고.” 하리라. 또한 말해 봐라. 이러한 말들이 도리어 이치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또한 지금 푸른 절벽이 깍아지른 듯 높고 소나무, 전나무가 빽빽이 푸르며 시냇물이 콸콸 흘러가며 구름이 피어오르며 온갖 잡새가 넓은 들이 끝없이 펼쳐지며 큰 바다엔 파도가 솟구치며 풍물이 펼쳐지며 철마다 모습이 바뀌니 저 가운데에 또한 불법이 있는가, 없는가?

경에 이르기를 “삼계가 오직 마음이다.”하였으며, 또 옛사람이 이르기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달빛 스민 물가에 참 마음이 드러나며 누른 꽃, 푸른 대나무가 묘한 법을 밝게 드러낸다.”하였고, 또 이르기를 “명백한 온갖 것 그대로가 명백한 조사의祖師意이다.” 고 하였으니 또한 말해 봐라. 어떤 것이 참 마음과 묘한 법이 밝게 나타남이며 어떤 것이 조사의 뜻인가?

불법이 만약 없다면 불조가 어찌 망령되게 사람을 속이리오. 이미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면 또한 어떻게 알아야 하겠는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제일은 만들지도 말고 그 다음은 쉬지도 말라. 한 주먹으로 황학루를 쳐부수고 앵무주를 한 번 밟아 뒤집어 놓겠다. 의기가 있을 때 의기를 더하고 풍류 없는 곳도 그대로 풍류라네.”하였으니 이는 또한 호떡을 국에 콱 박는 모양이라. 크게 수고만 하였지 공이 없다.

어떤 스님이 묻기를 “어떤 것이 변해가지 않는 뜻입니까? 고덕高德이 답하기를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느니라.“ 또 한 스님이 앞의 일을 물으니 고덕이 손짓으로 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하자 두 사람이 모두 깨달았으니 또한 일러 봐라. 무엇을 깨달았는가.

이는 마치 단 복숭아와 감은 먹지 않고 산에 올락 독한 배를 따먹는 꼴이니 허물과 낭패가 적지 않다. 그러니 어떻게 알아야 하겠는가. 아래의 주석한 글을 들어라. 한번 휴! 하고 이르기를 “조사가 다하지 못하여 재앙이 자손에 미쳤네. 30년 뒤에 잘못 이르지 말아라. 쯧!”

                                                                                                -  경허집 -



다음글 을미년 동안거 결제 법어
이전글 泥牛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