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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를 배우는 데는 요행이나 굴욕이 없다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3-06-14
첨부파일 조회수 2981

<운서주굉스님의 죽창수필 가운데에서 >

도를 배우는 데는 요행이나 굴욕이 없다

 

세상에서 명예를 구하는 사람이 학문을 성취하지 못했으면서 명성만 얻는 것을 '요행'이라 하니

얻지 않아야 할 사람이 얻은 경우요,  학문을 성취하였으나 명성을 얻지 못한 것을 ' 굴욕' 이라 하니

당연히 얻어야 할 사람이 얻지 못한 경우이다.

" 우리는 과거에 올랐으나 유분은 낙방하였다." 는 옛말도 그러한 요행과 굴욕을 함께 가리킨 말이다.

  (유분: 당나라 남창사람. 과거를 보았을 때 '환관의 화'에 대해 극단적으로 논한 것 때문에 시험관이

  환관을 두려워하여 그를 낙방시켰다.)

그러나 도를 배우는 데는 그런 이치가 마땅치 않다. 산림에 명성이 자자하고, 조정이나 저자거리에 분주히

드나들며, 하루는 따뜻하고 열흘은 추운 듯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도업을 이룬 사람은 없었고,  또한 뜻을

돈독히 하여 힘써 행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쉬거나 물러나지 않으며, 깨달음을 최후의 목표로 삼으면서

도업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없다.

명예를 구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고, 오직 도를 구하는 일을 내 일로 삼을 뿐이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오직

굳은 마음으로 정진해야지, 요행을 바랄 것도 아니요, 뜻을 얻지 못한 것을 걱정할 일도 아니다.

 

간망(看忙)

세속에서 재물이 넉넉한 사람이, 섣달 그믐날 밤에 편안히 앉아서 가난한 사람이 의식(衣食)이 곤궁한 것을

살펴보곤 하는 것을 '간망'이라고 한다. 또한 이미 높은 지위를 얻은 벼슬아치가, 백성의 수와 재물을 조사하

는 대비일(大比日)에 편안히 앉아서 선비들이 관계 진출을 고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간망'이라고 부른

다.  여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단함을 느긋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이미 번뇌를 깨뜨려 없애고 지혜를 이룬 사람이 편안히 앉아 육도 중생이 윤회 생사에 골몰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을 ' 간망 ' 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  온 세상이 초조하고 창망한 가운데 있으니 누구를 진정한 간망자라 할 것인가.

옛 사람은 " 노승에게 편안하고 한가한 법이 있는데,  이 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한가하게 간망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남을 걱정하는 마음이

없지만,  보살의 간망은 대자비심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널리 깨우쳐 그들과 함께 해탈하기를 바라는 것이

니,  이 두가지 마음을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범부와 성인의 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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