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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복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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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27/일. 원효봉 정기 모니터링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6-11-30
첨부파일 조회수 49744

11/27/. 원효봉 정기 모니터링

아침에 용연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스님과 정상을 둘러봤습니다.

며칠 사이 업자가 군부대 철책 제거작업을 하기 위해 망가진 도로를 일부 보수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정상에는 야영객들이 많았습니다. 흩어진 텐트들을 합하면 간밤에 10여동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영 시즌인 5,6,7월과 9,10,11월이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차바 태풍 이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역시 아쉽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잦은 보직 변경과 현장에 대한 무지, 그리고 일관된 관리 정책이 없는 탓에 아직도 방관과 사후처리에 급급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충격을 줬던 것은 정상에 이르는 도로를 보수하면서 정상부 도로 옆 자연습지를 완전히 파고 물골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천성산 정상 습지복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다른 습지는 끈끈이주걱이나 이삭귀개 같은 보호종이 살만한 조건이 아니지만,

이 습지는 좁지만 햇볕 투과성도 좋고 비교적 평평한 습원이 형성되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습니다.

3~4일 쓸 도로를 위해 포크레인으로 도로 옆에 노출되어 있던 중요 습지부를 싹 긁어 없애 버렸습니다. 마치 습지를 없애기로 작정했다는 듯.

물론 인부들이 알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습지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부들은 깔끔하게 공학적 원칙에 의해 3일 쓸 도로를 보호하기 위해 도로를 북돋고 옆에 깊은 물골을 냈을 뿐입니다.

순간적으로 정상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상심이 컸습니다.

일상 곳곳에서 이렇게 벌어지는 무심과 무감각, 그리고 무지가 인간의 문명에 대해 깊이 절망하게 합니다.

자연습지가 파괴되는 데는 포크레인으로 10분도 안 걸렸을 것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거칠기 짝이 없고 반면 도구와 기술은 너무 발달했습니다.

우리의 의식이 아직 너무나 부족합니다. 먼저 의식을 바꿔야 하지만 의식을 바꾸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의식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이 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화가 났지만 무지로 한 일인지라 어찌할 수도 없어 더 침울했습니다.

우리들의 무지를 어찌해야 할까요? 절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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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전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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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후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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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전 내부도로와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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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후 내부도로와 습지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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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전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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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후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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