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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태안반도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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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재앙을 맞고 있는 태안반도에 일손이 딸린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통도사에서 자원봉사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동참하기로 했다.

밤 12시까지 가행정진하시는 선방 스님들을 대신하여

소임자들과 반야행 보살님이 대표로 가기로 한 것이다.

 

2007년 12월 17일  새벽 4시

새벽 예불을 뒤로 하고

남해고속도로를 거치고 서해고속도로를 내달려

중간에서 합류한 통도사 선원, 율원, 강원 스님들과 운문사 학인들과

목적지인 신두리해수욕장에 오전 11시 30분쯤 도착하였다.

며칠째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봉은사 신도들이 제공한 점심공양을 하고

장비를 갖추고 해안으로 내려갔다.

 

굴 양식장에 시꺼멓게 내려앉은 기름 덩어리

불가사리의 유명을 달리하게 했던 타르 덩어리 

닦아낸 기름에 번들번들 윤이 나는 바위덩이들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몇번 다녀가서인지

우리에게는 썰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에

오색찬란하게 기하학적인 무늬를 이루고 있는 기름띠를

준비해간 헌 수건으로 제거하는 것과

모래와 하나가 되어있는 시꺼먼 타르 덩어리를

호미와 쓰레기받이를 이용하여 제거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몇 겹으로 돌돌 말고 갔건만 살을 에는 듯한 갯바람은

몸을 더욱 더 움츠리게 만들어

우리는 결국 상처입은 모래사장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호미질을 거두고 눈을 드니

백사장 저 끝엔 통도사의 노랑물결

반대쪽 저 끝엔 운문사의 곤색물결,

여기저기에 구룡사의 회색물결,

사이사이로 여래사의 흰색물결,

그 색색이 물결을 무심히 바라보는 등대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시무시한 대재앙을 갈무리한 푸른 물결이 보인다.

 

다시 7시간 여 동안

서해안으로 떨어지는 선홍빛 태양에게 인사를 고하고

국토의 절반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 걸쳐 일주하면서

봉고차 안에서나마 청정불국토를 염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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