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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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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선은 반드시 간절히 지어가야...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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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산이 선사의 법문  - 선관책진 中

나는 나이 스물에 참선 공부를 알게 되어, 서른 두 살이 되기까지 열일곱 명의 장로에게서 법문을 들으며

그들에게 공부하는 법을 물었으나, 도무지 분명하고 확실한 뜻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완산 장로를 뵈었더니 내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 無 자를 간하되 종일 분명하고 또렷이,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고 닭이 알을 품듯이 끊어짐이 없게 해라.

 아직 투철하지 못하면 마치 쥐가 널을 갉듯이 바꾸지 마라. 이처럼 공부를 지어가면 반드시 분명히 밝힐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부지런히 궁구하여, 열여드레가 지나 차를 마시다가 홀연히 ' 세존이 꽃을 드니 가섭이

미소한 도리 ' 를 알았다.

기쁨을 이기지 못해 서너 분의 장로를 찾아가 공부를 결택해 줄 것을 청했으나 아무도 한마디 법어도 내려

주는 이가 없었는데, 어떤 분이 " 다만 해인삼매로써 하나의 도장으로 도장 찍듯이 하고 다른 것은 전혀

상관하지 마라 " 했다.

나는 이 말을 믿고 두 해를 보냈다.

경정 5년 유월에 사천 중경부에서 이질을 앓아 밤낮으로 백 번도 넘게 설사를 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해인삼매도, 전에 알던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며, 입을 열어 말을 할 수도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눈앞에 죽음만이 있을 뿐, 갖가지 업연(業緣) 경계가 눈앞에 나타나 무섭고

두려운 데에다 여러가지 고통이 끊임없이 나를 짓눌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뒷일을 당부하고는, 포단을 높이 괴고 향로를 차린 뒤에 천천히 일어나 좌정하고

묵묵히 삼보에 용천(龍天)에게 이렇게 기도했다.

" 지금까지의 여러가지 불선업(不善業)을 참회하노니, 만일 내 목숨이 다한 것이면 바라건대 반야의 힘을

입어 정념(正念)에 의해 태어나 일찍 출가해지이다. 만일에 병이 나으면 바로 세속을 버리고 스님이 되어

하루빨리 깨달음을 얻어 널리 후학을 제도해지이다."

이런 원을 하고 나서는 ' 무 '자를 들고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 간하니, 얼마 뒤에 오장육부가 서너 번 꿈틀

거렸으나 상관하지 않았다.  잠깐동안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았고 또 잠깐 동안 몸이 보이지 않았으나 화두

만은 끊어지지 않았다. 밤이 늦어서야 비로소 일어나니 병은 반이나 물러나 있었다. 다시 앉아 자정 가까이

되니 병이 모두 물러가고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팔월에 강릉에서 머리를 깎고, 한 해 뒤에 포단에서 일어나 행각하던 도중에 밥을 짓다가, " 공부는 반드시

단숨에 해 마쳐야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해서는 안 된다 " 는 것을 깨닫고는, 황룡산에 가서 승당으로 들어

갔다.

첫 번째 수마(睡魔)가 닥칠 때는 자리에 앉은 채로 정신을 차려 가볍게 물리쳤고, 두 번째도 이렇게 물리쳤으

며,  세 번째 수마가 심할 때는 땅에 내려와 불전에 예배하며 수마를 물리치고는 다시 포단에 앉곤 했다.

이런 규칙이 정해졌으나 수마가 심할 때는 수마에 맞서지 않고 함께하여. 처음에는 베개를 베고 잠깐 잤고,

뒤에는 팔을 베었으며, 나중에는 아예 눕지 않았다.

이렇게 이틀사흘이 지나자, 밤이고 낮이고 피곤하던 끝에, 발밑이 둥둥 뜨는 듯하다가 갑자기 눈앞의 먹구름

이 갠 듯하고 몸이 갓 목욕을 마친 듯이 상쾌하더니, 마음의 의단(疑團)이 더욱 또렷하여 힘들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눈앞에 있었다.  성색(聲色)이나 오욕(五欲), 팔풍(八風)이 어느 것도 들어오지 않게 되니, 마치

은쟁반에 눈을 담아 둔 듯이 깨끗하고 가을 하늘처럼 맑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공부는 조금 나아간 듯했으나 선지식에게서 결택할 길이 없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절(浙)지방에 들어갔다가, 길에서 공생하고 공부도 뒷걸음질 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승천사 고섬화상 처소에 와서 승당으로 돌아가, " 깨달음을 얻지 않으면 결단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 다짐하니, 한 달 남짓 지나자 전처럼 공부가 회복되었다.

그 때 온몸에 부스럼이 났지만 이도 돌아보지 않고 목숨을 버릴 각오로 공부를 밀어 붙였다. 자연히 힘을

얻어 병중공부(病中工夫)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 날 재(齋)에 참석하려고 산문을 나와 화두를 들고 길을

가다가 재를 지내는 집을 지나친 줄도 몰랐으니 또한 동중공부(動中工夫)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의 경계는 마치 물속에 잠긴 달이 급한 여울을 만나도 흩어지지 않고 거센 물결에 쓸려도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활발발한 것이었다.

삼월 초엿샛날, 포단에 앉아 한참 ' 무 '자를 들고 있는데, 수좌스님이 승당에 들어와 향을 피우다가 향로 뚜

껑을 때려 소리를 내니, 문득 ' 악! ' 하는 소리가 터지면서 나를 알고 조주를 움켜쥐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어처구니 없구나!

       길이 다하니

       파도가 곧 물임을 깨달았네

       발군이라는 조주 늙은이여

       면목이 다만 이것뿐인가

가을에 임안에서 설암, 퇴경, 석갱, 허주를 비롯한 여러 장로들을 뵈었는데, 허주 화상이 완산으로 갈 것을

권했다. 그래서 완산에 가서 스님을 뵈었더니, 완산 화상이 " 광명이 온 세상을 고요히 비추니...' 라고 한 것

이 어찌 장졸수재의 말이 아니겠는가? " 하고 묻기에, 내가 답하려고 하자 스님이 곧 ' 할 ' 을 외쳤다.

그 뒤로는 길을 가거나 앉거나 음식을 먹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난 다음 해 봄, 어느 날 성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돌계단을 오르다 문득 가슴속의

의심 뭉치가 얼음 녹듯 하기에, 몸이 길에서 걷는 줄도 모르는 채로 바로 완산화상을 뵈었다.

스님이 이번에도 앞에서 한 말을 묻기에 내가 곧 선상(禪牀)을 엎어 버렸고, 또 지금까지 몹시 까다롭기만

하던 공안 몇 가지를 낱낱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어진 사람들이여,  참선은 반드시 간절히 지어가야 한다. 이 산승이 만일에 중경부에서 병이 나지 않았더라

면 세월을 헛되이 보낼 뻔했다. 중요한 것은 바른 지견을 가진 선지식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고인이 아침저녁으로 참청(參請)하여 몸과 마음을 결택하고 부지런하고 간절히 이 일을 구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팔풍경계 :  수행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8가지 장애.

             내게 이익되는 것(利), 늙어가고 기울며 나에게 손해가 가는 것(衰), 나는 헐뜯고 훼방하는 것(毁),

             나를 기리고 받드는 것(譽), 나를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것(稱),  나를  나무라고 꾸짖는 것(譏),

             나는 괴로움에 멍들게 하는 것(苦), 나를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樂)

   * 장졸수재 : 五代 宋初 사람으로, 일찍이 수재에 천거되었다. 선월대사 관휴의 지시에 따라 석상 경제

           선사를 뵈니, 경제가 " 수재의 이름은 무엇인가?" 하니, " 성은 장이요 이름은 졸이라 합니다." 했다

          그러자 경제가 " 교묘한 것도 얻을 수 없는데 서투른 것은 어디서 왔는가?" 하니, 그순간 활연히

          깨닫고,  " 광명이 온 세상을 고요히 비추니..." 하는 게송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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