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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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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리 부인의 서원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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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리 부인의 서원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사위성에 야야달이라 부르는 거부장자가 있었다. 전답과 곡식이 헤아릴 수 없고 칠보영락과 코끼리, , 종들과 재물이 창고에 가득하였으며 위엄 또한 구족하여 왕에 지지 아니할 정도였다.

그는 많은 종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황두라는 여인을 보내서 말리동산을 지키게 하였다. 황두는 항상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여 이 여종의 몸을 벗어날꼬. 박복도 하여라.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몸이 되어 사는 이 세상에 나는 왜 이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그날 자기에게 돌아온 건반을 들고 동산으로 나갔다. 한참 가다가 도중에서 한 사문을 만났다. 여인은 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 밥을 보시하면 혹 그 공덕으로 종의 탈을 면할 줄 누가 알겠는가.”

하고 곧 그는 곧 사문 앞으로 나아가 정중히 보시하였다. 그리고 발원하였다.

이 인연 공덕으로 자유의 몸이 되게 하옵소서.”

그런데 그 밥을 받은 사문은 다른 사문이 아니라 바로 부처님이었던 까닭으로 그 여인의 소망을 듣고 매우 불쌍한 마음을 내게 되었다.

그대에게 밝은 빛이 있으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축원하여 주시고 밥을 받아 공양하였다.

그런데 그 때 프라세나짓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지쳐 그 앞으로 다가왔다가 쓰러졌다. 황두여인은 친히 맞으며 인사하고 연잎으로 물을 떠다가 얼굴을 씻게 하고 또 먹을 물을 떠서 목을 축이게 한 다음 누워서 편히 쉬게 하고 팔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처음 본 여인이지만 매우 총명하고 상냥하고 또 친절한지라 왕이 물었다.

너는 뉘 집 딸이냐?”

저는 야야달 댁의 여종입니다.”

어찌하여 여기까지 나왔는가?”

매일 이곳에 나와 이 동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황두는 좋은 솜씨로 팔, 다리를 마디마디 주무르며 피로가 풀리게 하니 임금님은 곧 그의 신하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중 한 신하에게 말했다.

너는 즉시 가서 야야달 바라문을 불러오너라.”

야야달 바라문이 도착하자 임금님은 말했다.

이 여자가 네 집 종이냐?”

, 그러하옵니다.”

참으로 총명하다. 내가 데리고 가서 내 아내로 삼으려 하는데 네 생각이 어떠냐?”

임금님께서 데리고 가신다는 데야 무엇이 아까울 것이 있습니까? 그 처녀는 지조가 바르고 행실이 고와 뭇사람들의 존경과 귀의를 받아온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값을 말하라.”

값으로 말하면 수천 냥을 받아야하겠으나 제 어찌 왕에게 값을 받겠습니까?”

아니다. 내가 이제 데려다가 아내를 삼으러 하는데 어찌 값을 치르지 않겠느냐?”

하고 백천 냥의 돈을 치른 뒤에 사신을 궁으로 보내어 여러 가지 영락과 의복, 장식품을 가져오게 하여 장엄하게 꾸민 뒤에 수레에 싣고 궁중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멋진 왕후가 되었다. 그는 인연된 동산의 이름을 따서 그 부인의 이름을 말리로 부르기로 하였다.

말리부인은 총명하여 왕실에 들어온 뒤로부터 말과 글을 익히고 또 그림, 도장, 노래, , 음악 등 온갖 재주를 습득하여 5궁녀 가운데 최상급이 되니 임금님뿐 아니라 그 가족과 나아가서는 왕후장상에 이르기까지도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스승이 되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러 사람의 시기 질투를 받았으나 그 시기 질투가 간 곳이 없고 모두 관세음보살이 나타난 듯 그녀를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얼마쯤 있다가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고 궁중의 축제 분위기가 차분하여졌을 때 말리 부인은 홀로 누워 생각하였다.

내가 무슨 복에 이런 왕궁 생활을 하게 되었는고?”

이렇게 생각이 차차 깊어지자 비로소 한 생각 떠올라, 일어나 앉으며 홀로 말했다.

, 그 사문, 그 사문에게 건반 한 그릇을 보시한 공덕이로다.”

하고 주위의 시종들을 불렀다.

얘들아, 혹 그대들은 이러이러한 사문이 성안에 오는 것을 보았느냐?”

, 임금님의 초청을 받고 이따금씩 오셔서 좋은 법문을 해 주십니다.”

알겠다.”

하고 그녀는 때를 기다려 프라세나짓 왕이 들어오자 말하였다.

임금님께서는 불법(佛法)을 좋아하십니까?”

좋아한다 뿐입니까? 참으로 존경하는 스승입니다.”

제가 이제 생각해보니 저에겐 씨알만한 복덕도 없사온데 오늘 이렇게 임금님의 부인이 되어 사랑을 받는 것은 오직 그분의 은덕인가 합니다.”

하고 전날 건반공양의 내력을 말씀드렸다. 임금님은 한참 듣고 있다가

그렇소, 그런 거룩한 이에게 공양을 올리면 반드시 큰 공덕이 있기 마련입니다.”

임금님, 향후의 임금님과 저의 가난한 복덕을 위해서 부처님께 공양 한번 잘 올리고 싶습니다.”

그거야 당신 마음대로 하구려. 이젠 이 궁중이 모두 당신의 것이 아니오.”

하고 왕이 껄껄 웃었다. 말리부인은 삼계무주의 도사, 석가모니 부처님을 뵙는다는 한 생각 때문에 밤잠도 잊어버리고 손수 음식을 만들며 공양 준비를 하였다. 그리하여 이튿날은 오백 수레에다 가득히 공양을 싣고 부처님을 찾아갔다. 말리부인은 절 앞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단정하고, 위엄 있고, 고요하신 부처님의 모습이 마치 큰 코끼리와 같은 것을 상상하며 환희하고 있었다. 과연 부처님은 삼계의 도사요, 사생의 자부셨다노예, 바라문 등의 4성 계급부터 욕계색계무색계의 중생들까지 모두 한 맛 ,한 모습으로 앉아 법을 듣는 모습은 마치 천상세계를 연상하게 하였다. 말리부인은 황금빛도 찬란한 부처님을 바라보며,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또 스님들을 향하여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예배하고 한쪽에 꿇어앉아 청법 하였다.

부처님, 어떤 인연으로 얼굴이 추하여 보는 이가 기뻐하지 않고 재물이 부족하고 위력이 없으며, 어떤 인연으로 얼굴이 단정하고 보는 이가 기뻐하고 재물이 풍족하여 큰 위력이 있나이까?”

혹 어떤 사람은 성내는 마음이 많아서 남을 걱정시키기를 좋아하며, 인색하여 보시를 잘하지 않아서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보면 곧 시기 질투하는 마음을 낸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얼굴이 추하고 보는 이가 기뻐하지 않으며 재물이 부족하고 위력이 없느니라.”

말리부인은 부처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고 크게 뉘우치는 생각을 내었다.

대덕이여, 저는 참으로 전생에 화를 잘냈나 봅니다. 지금의 얼굴이 매우 추하고 남의 하녀 노릇으로 자유가 없던 생각을 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 건반을 공양하듯 전생에도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없었으므로 가장 하천한 가운데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되어 위세를 갖게된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를 옹호하여 크게 섬기고 공양하는 거룩한 우바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처님은 곧 그 자리에서 삼귀 오계를 주시고 깨끗한 우바이가 되게 하셨다.

 

                                                                                               - 사분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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